깐부 넘어 ‘제2의 고향’이라는 표현이 재계의 신뢰 재정립으로 비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한 글로벌 AI 생태계와 국내 대기업의 회동은 단순한 인사 자리가 아니라 반도체와 데이터 인프라를 둘러싼 전략적 동맹의 새 흐름을 예고한다.
이번 대만과 방한 일련의 만남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황 CEO는 AI 반도체의 전방위 협력 강화 그리고 공급망의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의 회동도 이어져 반도체 생산력과 메모리 패키징을 포함한 협력 범위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깐부는 원래 친교와 협력의 상징으로 사용되나 최근 속칭으로 확장돼 ‘깐부 회동’은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고 위험을 함께 나누는 전략적 협력의 흐름으로 읽히고 있다. 한국의 재계가 삼겹살과 소주 맥주로 대표되는 노포 문화의 정서를 활용해 글로벌 경영진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추진하는 모습은 기존의 격식 중심 회동과 차별화된 신호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은 서버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의 비용 구조를 바꿀 가능성을 내포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과 HBM 관련 공동 개발은 SK하이닉스의 생산 체계와 시너지를 낳고,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만에서 열린 ‘2차 깐부 회동’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오너 리더들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무대로 해석된다. 현장 분위기는 노포 회동의 친근함을 살리되, 기술 협력의 실무적 합의로 이어지는 이중적 성격을 띈다.
황 CEO는 한국의 로보틱스 강점과 AI 적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지며, 향후 엔비디아의 물류·제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의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번 흐름은 반도체 위주에서 AI 인프라로 협력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도 읽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속에서 한국의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협력은 국내 AI 산업의 지형을 바꿀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포 정서에 뿌리 내려진 ‘깐부 문화’가 국제 비즈니스 관행과 만날 때 어떤 구체적 협력 모델이 탄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