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소설가이자 시인인 심훈의 친필 원고와 유품 59점이 세상을 떠난 지 90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의 유족으로부터 기탁받은 원고 및 유물 46건을 공개했다.

기탁된 자료에는 대표작인 그날이 오면과 상록수의 친필 원고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원고들은 심훈이 겪었던 일제의 검열과 탄압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날이 오면의 원고에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그은 삭제선과 검열 도장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당시 작가의 민족 정서를 억압하려 했던 역사적 증거로 남아 있다.

또한, 심훈이 직접 묶은 심훈시가집에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 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귀환한 자료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붉은 선과 검열 도장이 가득한 그의 시집 원고본으로, 이 시집은 심훈의 생전에는 출판되지 못하고 유고로 남게 되었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심훈의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 원고도 공개되어 그의 문학적 여정의 마지막을 엿볼 수 있다.이번 자료의 귀환은 심훈의 셋째 아들 고 심재호 씨가 평생 보관해온 유산이기도 하다.

문학관 측에 따르면, 유족의 보존 노력과 문학관의 7년에 걸친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이번 귀환은 당시 일제의 탄압에 맞섰던 한국 문학의 뿌리를 다시 확립하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국립한국문학관은 이번 자료를 내년 4월 개관 시 일반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심훈의 작품들이 단순히 한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민족의 정신과 정서는 여전히 후세에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