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약속한 3천500억 달러(약 47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합의한 지 1년이 가까워지지만, 아직 한 건의 자금 집행도 이뤄지지 않아 양국 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트럼프와 3천500억 달러 합의 이행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자금 집행과 투자처, 발표 시점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투자자금 송금 규모 및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국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또한, 한 미국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대미 투자 가운데 주요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될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경제성과 타당성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이란 전쟁과 관련한 지원 부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대미 투자 지연 문제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투자가 계속 지연될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이 합의 이행을 회피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진전이 더디다는 점이 미국 정부 내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은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투자 추진 속도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년 가까이 투자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또한,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 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에서 이민 세관 단속이 발생한 것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업들이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투자할 리 없고, 정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를 통한 성과를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고 보고, 이에 따라 대미 투자 문제로 인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대미 투자 문제가 한미 관계의 다른 안보 이슈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연습 축소 지시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하였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 지원 합의의 번복이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점을 전망했다.

그는 한미 동맹의 기틀은 튼튼하지만, 동맹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그의 재임 기간 한미 관계는 불안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