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는 23일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사건은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의 유족이 공동 제작사인 온다웍스,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유족 측이 제출한 시나리오와 영화 ‘왕사남’ 사이의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족 측 시나리오가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적 주제로 삼고 있으며, 엄흥도가 단종에 대한 충성과 헌신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영화 ‘왕사남’은 단종과 엄흥도 및 마을 사람들이 교류하고 함께 변화,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어 두 작품의 주제 및 서사 구조, 인물 설정이 전혀 다르다는 을 내렸다.또한 재판부는 “두 작품 모두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전제로 하여 일부 유사한 점이 발견될 수는 있으나, 전체 줄거리와 주요 주제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항준 감독이 유족 측의 시나리오를 접할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결여된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제작사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정의 신일수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영화의 독자적 창작 경위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후 누적 관객 약 1천688만 명을 기록하며 2014년 개봉한 ‘명량’ 이후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영화의 OTT 및 DVD, 해외 수출 등의 후속 유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