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인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친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역사학자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이 문제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심 소장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인물을 ‘친일파’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하영은 7일 방송된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을 소개하면서 증조부가 일제강점기에 고종 황제를 진료한 의사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하영의 증조부인 안상호가 친일파로 지목되는 계기가 되었다.

심 소장은 고종 독살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풍문일 뿐 역사적 사실로 간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간 일본에 저항하지 않았던 고종을 일본이 갑자기 독살할 이유는 없다”며, 당시 주치의인 안상호를 친일파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안상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 평가하면서, “당시 엘리트라는 사실과 대정친목회 등 친일 단체와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점만으로 그를 친일파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지지 않아야 하는데, 특정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심 소장은 대중이 고종 독살설을 믿게 되고, 이로 인해 하영이 친일파의 후손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여배우의 잘못이라면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반성이 부족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고 하며, “모든 조상의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자랑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이번 논란은 하영의 부모와 조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친일파 및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심 소장은 “우리가 누군가를 쉽게 친일파로 단정하는 경우, 과거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친일파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역사적 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역사학계 전체의 논의와 대중의 역사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