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페미니스트 정치인 엠마 보니노가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8세로, 보니노는 이탈리아에서 임신 중절 합법화를 주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속했던 자유주의정당 +유럽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보니노는 불법 임신 중절과 여성 인권, 집단학살 등 다양한 문제에 맞서 싸운 인물이었다.

보니노는 26세에 당시 불법이었던 임신 중절을 시도하고 경찰에 자수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1975년 피임 및 임신 중절 정보센터 설립에 참여하며 낙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시술을 진행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1978년 이탈리아의 임신 중절 합법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다시는 누구도 이런 굴욕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변화를 촉구했다.

정계에 입문한 후 보니노는 급진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6차례, 상원의원에 2차례 당선됐다. 그는 2000년대와 2010년대 중도좌파 정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이탈리아 외무장관, 통상장관으로 활동하며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다.

보니노는 1999년에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으며, 당시 남성 중심의 EU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바지를 입은 최초의 여성이기도 했다.그는 프란치스코 전 교황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으며, 낙태와 안락사 등에 관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유대가 중요한 의미로 작용했다.

보니노는 자신의 인도주의적 투쟁을 지속할 것을 교황에게 격려받았다고 언급했다.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보니노를 추모하며 비록 우리의 배경과 관점은 달랐지만, 그것이 그가 우리 나라의 공적 생활에서 차지한 중요성과 역할을 인정하는 데 결코 방해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보니노의 사망은 이탈리아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인권 문제를 위한 지속적인 투쟁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