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성인의 60명 중 1명꼴로 확산되면서 피지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 선언은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피지 수도 수바에서 이루어졌으며, 피지의 신규 HIV 확진자가 작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7% 증가하여 2016명에 달했다고 발표되었다.

피지 보건부 아토니오 랄라발라부 장관은 이번 비상사태 선언에 대해 “이 전염병의 심각성과 우리나라에 시급하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약속했다. 피지 내 HIV 감염자는 작년 기준으로 총 9100명으로, 인구 약 92만 명인 피지 성인 인구의 약 6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극적으로 증가한 상태이다.

UNAIDS에 따르면, HIV 감염자의 수치는 5년 전 약 167명 중 1명에서 현재의 비율로 급상승했다. 특히 임산부 100명 중 2명꼴로 HIV 감염자가 있으며, 지난해 HIV 양성으로 태어난 아기 59명 중 18명이 돌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HIV 감염 경로를 분석해본 결과, UNAIDS 자료에 따르면 감염 경로가 확인된 사례 중 절반 이상이 성적 접촉을 통해 발생하였고, 42% 이상은 주사의 공동 사용 등 약물 투약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레나타 람 UNAIDS 피지 담당 국장은 2019년부터 성매매 종사자와 마약 사용자를 포함한 초고위험군 집단의 출현이 HIV 감염률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피지는 현재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생산된 마약이 호주 및 뉴질랜드로 향하는 경유지로 이용되면서 마약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HIV 감염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피지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료·자발적·비공식적인 HIV 검사 확대, 감염 전 예방 약물 요법 실시, 감염자의 무료 치료 등을 통해 HIV 예방과 치료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UNAIDS는 이러한 정부 계획을 환영하며 향후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