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고분자 분리막으로 원유를 상온에서 걸러내는 차세대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팀은 원유를 350도 이상의 고온으로 끓이지 않고도 나프타와 휘발유를 분리할 수 있는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정유 공정의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산업의 판이 깔리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에 따르면 상온에서 작동하는 다공성 고분자 막을 이용해 원유를 여과하면 에너지 소모가 31%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38% 정도 절감될 수 있다.
연구팀은 코팅 없이도 값싼 다공성 고분자 막에 원유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분리 성능을 확보했다. 원유를 먼저 막으로 처리한 뒤 잔여 성분만 재가공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 증류 공정이 필요로 했던 고온 열처리의 의존도를 낮춘 셈이다.
설비 교체 비용이 크지 않도록 기존 정유공장의 배관 시스템에 필터 모듈을 추가하는 형태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성능 측면에서도 차세대 분리막은 기존 기술보다 빠른 분리 속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원유 분리막의 분리 속도가 기존 기술의 약 23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한 달 가까이 연속 운전해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 안정성도 확인됐다.
이 기술은 28일 연속 운전에서도 분리 성능과 투과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밝혔다.정유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은 단순한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연구진은 원유를 먼저 분리막으로 1차 처리한 뒤 잔여 성분을 재처리하는 흐름이 산업적 활용에 실질적 이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분자 정유는 에너지 효율성뿐 아니라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도 커다란 기대를 남긴다.
다만 산업 현장에 전면 도입되려면 대형 설비에 대한 대규모 검증과 비용 효과성 분석이 남아 있다.